견공 세상에도 '노령화 사회'가 도래하려나-. 단순한 애완견에서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견'으로 그 지위가 높아지면서, 천수를 누리는 개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 애견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서울 논현동 충현동물병원 강종일 원장은 "당시 가족의 일원이 된 강아지들이 이제 10살이 넘은 노령견이 됐다"며 "요즘 동물병원은 '경로당'이라고 부를 정도로 노령견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개는 나이가 예닐곱 살만 돼도 건강.정서적으로 노화 징후를 보인다. 관절염.위장장애 등이 생기고, 짜증이 늘며, 심지어 '치매'증상까지 나타난다는 것. 가족 같고 친구 같은 노령견 키우는 법을 알아본다.
# 여섯 살부터 노화현상
건국대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는 "개 나이 여섯 살은 사람으로 치면 40대 후반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이때부터 노쇠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해 6개월~1년 간격으로 정기 검진을 받아 간.신장.심장 기능 등을 체크해 보라"는 조언이다.
치아 관리도 중요하다.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좋다. 개는 스케일링을 받을 때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노령견은 마취 전에 혈액 검사를 통해 간.신장 기능을 체크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마취 부작용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치석이 끼지 않도록 치아관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거즈 등에 치약을 묻혀 매일 이를 닦아준다. 이때 개 전용 치약을 사용해야 개가 구토하지 않는다.
비만 예방도 필수다. 노령견은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게 먹어도 비만이 되기 쉽다. 가벼운 산책을 규칙적으로 시키고 칼로리가 낮은 고단백 식사를 준다. 시판 개 사료도 강아지용.성견용.노령견 용으로 나눠져 있으므로 나이에 따라 구별해 준다. 강아지용 사료를 노령견에게 주면 영양과다로 지방간이 생길 위험이 크다. 사람 음식을 주는 것도 금물. 사람 음식엔 염분 함량이 많은 데다, 사람 몸에 좋은 양파.마늘.파 등이 개에게는 재생불량성빈혈을 일으키는 등 해로운 경우가 많아서다.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줄어드는 등 변화가 심하다면 호르몬성 질환이나 당뇨병.종양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개도 나이 들면 청력과 시력이 약해진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실명하기도 하므로, 제때 수술해 줘야 한다.
물론 노령견은 의료비 지출이 많다. 정기적인 종합검사와 스케일링 비용만 각각 7만~15만원, 5만~8만원 정도. 당뇨병이나 고혈압.퇴행성 관절염 등 만성질환에 걸려 정기적으로 약.주사처방을 받아야 하는 경우엔 매달 5만원 정도의 의료비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또 종양 제거수술은 10만원에서 40만~50만원 정도까지 든다. 보험 혜택은 받을 수 없다.
# 사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모든 생명체에게 피할 수 없는 죽음. 사람에 비해 삶의 주기가 짧은 개와의 사별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는 슬픔으로 불면증과 식욕부진, 어지러움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충현동물병원 강 원장은 "70%는 다른 반려견을 키우면서 슬픔을 이긴다"고 설명했다. 노령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어린 강아지를 분양받아 함께 키우는 것도 사별의 충격을 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걱정돼 개의 사망을 숨기고 "도망갔다" "다른 집에 줬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아이가 개나 어른들에게 '배반당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도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밝히고 작별 의식을 치를 수 있게 한다.
안락사는 개의 입장에서 '삶의 질'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악성종양이나 뇌질환 등에 걸려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전혀 먹지 못하면서 아파 소리지르는 등 고통스러워할 경우 등에만 생각해볼 문제다. 쉽게 안락사를 시키면 보호자의 슬픔과 죄책감은 더욱 커진다. 안락사는 동물병원에서 시술되며, 비용은 1만~2만원 정도다.
개의 장례는 최근엔 전문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에서는 화장 형식으로 장례를 치르며 비용은 4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개의 사체를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